불혹 현대차 늦은 깨달음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 사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원화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으로 채산성이 크게 나빠진 데다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노사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새해 시무식이 있었던 3일은 험한 여로가 예상되는 올해를 임직원이 합심하여 잘 넘기자는 다짐의 날이었죠. 하지만 노조는 성과급을 더 달라며 회사 기물을 때려 부쉈고 사장을 폭행했습니다.

　　다음 날인 4일 신입사원 환영식은 신병 입소식처럼 엄숙했습니다.

　　박정인 수석부회장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 걱정부터 털어놨습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사측의 방만한 경영으로 추락해 가는 GM과 포드를 예로 들며 반면교사로 삼자고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감마저 묻어 있었습니다.

　　5일 우수 지점장을 포상하는 판촉대회 분위기도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동진 총괄부회장은 원고에 없는 격정적인 연설을 40분가량 쏟아냈습니다. 위기에 빠진 회사 사정은 아랑곳없이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한 식구끼리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또 올해 달러당 기준 환율이 8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비상경영 방침도 밝혔습니다. 판촉대회 후 기자와 만난 김 부회장은 이번에는 절대 노조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현대차 노조의 문제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사측의 잘못도 큽니다.

　　그동안 각종 불법 파업과 쟁의 때마다 사측은 뚜렷한 원칙 없이 좋은 게 좋다며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노조집행부와 대의원 500여 명의 근태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들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키웠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의 대표적 귀족 노조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뒤틀린 현재 풍토를 방치한다면 회사와 근로자는 물론 전체 국민경제에도 두고두고 그늘을 드리울 것입니다. 지금은 현대차 노사가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잠시 힘들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할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할 시점입니다. [1][2]